2005년 06월 30일
넷 킹 콜에 대한 짧은 이야기
만화 "행복이 가득한 집"에서 '리카'는 수많은 사람들이 부른 크리스마크 송 중에서도 넷 킹 콜의 목소리만이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 하다'고 했는데, 마찬가지로 내게도 넷 킹 콜은 때때로 말을 걸어오는 듯 하다.
대학생이 된 이후부터 기회가 닿을 때마다 잘 알려진 재즈 뮤지션들의 음반들을 차근차근 듣고 있는 중이지만, 넷 킹 콜은 어떤 사전 지식에 상관없이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만약 누군가가 내게 'The Jazz'나 '재즈다움'에 대해서 묻는다면(그런 것을 상정할 수 있다고 했을 때) 마지막에는 다른 누군가의 이름을 대답할지 몰라도, 머리 속으로는 그의 이름을 제일 먼저 떠올릴 것이다.
사실 '노래하는' 목소리가 '말을 걸어온다'고 생각한 것도 그가 처음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언제나 그가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은 아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밤 늦은 시간 돌아와 침대 위에 쓰러지듯 누웠을 때.
누군가와 심하게 다투었거나, 참을 수 없는 분함을 가슴 속에 품고 있을 때.
특별한 밤, 떠들석한 만남과 작별 뒤에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공허한 방에서.
그리고 일생 기억하는 아주 특별한 영화 속에서.
영화 2046에서는 양조위는 그가 좋아하는 여성인 왕비를 크리스마스날 일부러 바깥으로 불러낸다. 그는 그녀 아버지의 반대로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없었던 일본에 있는 그녀의 남자친구(키무라 타쿠야)와 전화를 하도록 도움을 주고, 가게 바깥의 창 너머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짓는다. 그리고 생애 처음 '산타가 된 듯 한 기분'을 느낀다. 그 장면들과 함께 넷 킹 콜이 부른 The Chrismas Song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듯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다.
나는 마찬가지 왕가위의 영화인 화양연화에서 양조위가 장만옥과 만나지 못하고 혼자 2046호실의 문을 닫고 나와서, 호텔의 복도 한복판에 섰을 때, 카메라가 그의 뒷모습을 비춰주며 흘러나오는 넷 킹 콜의 Quizas, Quizas, Quizas 또한 좋아한다. 하지만 어느 쪽을 더 좋아하느냐에 관계없이 두 개의 영화 속에서만큼은 The Chrismas Song쪽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는 느낌이 든다.
사람은 북적거리는 연인과 가족이 함께 할 때나, 그외의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따금씩 이유없이 외로움을 느낀다. 그건 어쩌면 우연찮게 그 모든 사람들이 사라지는 때가 오더라도 인간이 혼자서도 버텨낼 수 있도록 은연 중에 훈련을 하게 되는 감정이 아닐까?
그리고 내 생각엔 넷 킹 콜의 목소리에는 그런한 외로움과 주변의 침묵을 이겨낼 수 있는 효용이 담겨있는 게 아닐까 싶다. 문득 숨을 크게 들이마셨을 때, 가슴 한 구석이 채워지지 않고 비어있음을 느낄 수 있다면, 지금 당신이 지금 이유없이 외로움을 느낀다면 그의 노래를 듣는 것은 어떨까? 어느 순간 그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말을 걸어올지도 모른다.
# by | 2005/06/30 22:59 | 聽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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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따뜻한 느낌이었어요. 냇킹콜이 불러서 더 그랬던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