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을 상상하는 일.

나는 그녀의 유일한 소설이다.
플롯은 멜로드라마틱하고
뜨거운 연인들은 잡목 숲에서부터 튀어오르고
그것은 당신을 많이 울게 만들었다.
혁멱적인 영웅다움과
가정식 수프를 잘 만들기 사이에서.
이해한다 : 나는 내 어머니의
소설-딸 : 나는
그것을 수행할 의무를 가진 것이다.


- 마지 피어시, <내 엄마의 소설> 중에서.


내 학사과정 마지막 학기에 김승희 교수님 강의를 듣게 되리라고는 지난 2004년 즈음에 현대시론을 듣던 시기에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었던 일이리라. <여성문학의 사적 이해>라니. 내가 여성에 대해 무얼 안다고. 퍽이나 마지막 학기가 편하지 않을 것을 예상하며 괜시리 도둑이 제발 저리는 심정으로 김승희 교수님의 <여성이야기>를 빌려다 읽기 시작했다.


아프거나 바쁘거나, 그 외에 무슨 말이 더 있어야 할까요?
피동적으로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기꺼이 가지고 싶고 가져야 할 말들.
사랑한다. 보고 싶다. 만나다. 말하다. 듣다. 나누다.
즐거워하다. 꿈꾸다. 생각하다. 바꾸다. 치유하다. 채우다. 비우다. 웃다. 이해하다. 공감하다. 주다. 받다. 버리다. 빼다. 덜다. 만족하다.
행복하다. 미소하다. 기쁘다. 믿다. 사랑하다.
축하하다. 축하하다. 기꺼이 축하하다. 진심으로 축하하다.

마음-샘을-살-리-다.


- <김승희, 윤석남의 여성이야기> 중에서.


여성이 아닌 내가 아프거나 바쁘거나 할 수 밖에 없는 여성에 대하여 상상하게 되는 이유. 김애란의 소설 <칼자국>과 같은 어머니, 여성, 타인의 상처에 대하여 상상하게 되는 이유. 트루먼 카포티의 단편소설 <차가운 벽>에서 어떤 여성이나 가지고 있을 법한 그 차가운 벽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남성들을 되돌아보게 되는 이유. 그 지난한 이유들과 그와 관련된 수많은 말말말들이 벌써부터 나를 덮쳐누른다.


ps.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전여옥 씨의 각막에 대하여 걱정할 일은 없겠지요. 도무지가 "그녀"라고 부를 수 없는 그분의 감히 짐작도 할 수 없는 '상처'에 대하여 상상하는 일은 너무나 불가해하므로. 아무래도 그럴 수는 없을듯.


by BarSur | 2009/03/02 20:40 | 읽은 이야기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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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Run192Km at 2009/03/02 20:45
책이나 글을 읽으면서 남자가 여자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럼 벌써 이해했을텐데..

Commented by BarSur at 2009/03/02 21:11
어차피 책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는 닮은 듯 전혀 다른 세계랍니다. 한 권의 책을 이해한들 세상에 대하여 이해했다고 할수 없듯이 여성에 대한 책을 통해 여성에 대한 완전한 이해에 도달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죠.

그럼에도 책을 읽는 이유야 말로 다만 서로 다른 두 세계가 있어서 그것이 닮아있듯이 하나의 세계만으로는 도저히 충족되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상상할 수 있게끔 해주기 때문인데, 이것 또한 도저히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우리를 둘러싼 말말말들이 때때로 우리는 괴롭히기도 하겠죠. 니콜 크라우스의 소설 <사랑의 역사>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 레오폴드 거스키가 <사랑의 역사>라는 책을 써야만 했던 이유나, 김연수 씨의 소설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에서 주인공 남자가 자살한 여자친구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설산에 오르게 되는 이유는 결국에는 같은 거겠죠. 현실만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다른 방식으로 이해해보려는 노력들.

현실만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책을 읽을 이유도 없고, 책만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현실 또한 의미를 잃겠죠. 그럼에도 이 두 세계의 세계를 통해 타인을 상상하기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힘은 분명, 존재하고 있다고, 그렇게 느껴지네요.

그렇다고 제가 여성을 알려면 100만년 이르구요, 책만 읽을 수만도 없어서, 여러모로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만. 흑.
Commented by Nightrain at 2009/03/03 00:50
여자란.....알다가도 모를 영원한 수수께끼죠....ㅜ.ㅜ
Commented by BarSur at 2009/03/12 18:48
더이상 알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 한 발 더 알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답니다. 언제나 그 딜레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요.
Commented by 스텔 at 2009/03/03 09:58
소녀시대를 상상하는 일? @.@
Commented by BarSur at 2009/03/12 18:48
너무 빤짝빤짝 눈이 부셔, 노노노노노. 흐흐
그녀들은 너무 눈이 부시네요.
Commented by 새벽 at 2009/03/04 07:58
여자친구가 교내 여성주의 소학회 前 회장이었습니다.
지내며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ㅎㅎ
Commented by BarSur at 2009/03/12 18:49
이런 염장글은 대략 조치 않네효.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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